지난 글에 이어 주요 학파별 경제이론 및 분석 모형에 대하여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통화주의학파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였지만 1950년대 후반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케인즈 경제학의 현실설명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1970년대의 석유파동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실업에 대해 케인즈학파가 적절한 처방을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케인즈학파 이론에 대한 불신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하에서 고전학파의 이론을 계승 및 발전시켜 체계화한 프리드만(M. Friedman)을 비롯한 일군의 학자들을 통화주의학파라고 합니다. 통화주의학파는 인플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일관성이 없는 통화정책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케인즈학파의 재량적인 안정화정책에 대해 반대합니다. 케인즈학파가 화폐부문의 중요성을 거의 인식하지 않은 것에 비해, 통화주의학파는 화폐공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통화공급은 명목국민소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장기적으로 통화량은 물가와 다른 명목변수에만 영향을 미칠 뿐, 실질GDP, 고용량 등과 같은 실질변수는 실물적인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됩니다. 단기적으로는 통화량의 변화가 경제의 실질변수에 영향을 미치며, 경기변동의 주요요인이 됩니다. 시장경제체제는 본질적으로 안정적이며, 경제의 불안정은 주로 정부의 재량적인 정책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경제안정화를 위해서는 준칙에 입각하여 통화공급 증가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재정정책은 GDP에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안정화정책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부적절합니다. 프리드만은 케인즈와 달리 화폐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검토하여 신화폐수량설을 제시하였습니다. 신화폐수량설에 의하면 화폐수요의 이자율탄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화폐수요함수가 안정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통화량의 변화가 이자율의 변화를 거치지 않고 직접 실물부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통화량이 증가하면 사람들의 내구재에 대한 지출이 증가하므로 통화량 변화가 직접 총수요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통화주의학파에 의하면 통화량의 변화는 직접 국민소득에 영향을 미칩니다. 프리드만을 비롯한 통화주의자들은 기대부가 필립스곡선에 기반한 자연실업률 가설을 제시하였습니다. 자연실업률가설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안정화정책이 효과를 나타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질변수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공급경제학
1970년대 석유파동과 함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함에 따라 기존의 총수요관리정책이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970년대 고전학파이론에 기반을 두면서 총공급측면을 중시하는 경제학자들이 등장하였는데 이들을 공급경제학자라고 합니다. 공급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미국에서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채택된 바 있습니다. 공급경제학자 주장의 핵심은 경제의 공급능력을 증대시키는 정책에 있는데, 이들은 조세가 총공급에 미치는 인센티브 효과가 매우 크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근로소득세율, 이자소득세율, 법인세율 등을 인하하면 노동공급과 투자가 증가하여 생산능력이 증대됩니다. 또한 투자나 연구개발에 대한 조세감면 정책은 기술수준 향상을 통해 공급능력의 증대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총공급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므로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의 달성이 가능합니다. 래퍼곡선이란 세율과 정부의 조세수입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을 의미합니다. 세율이 낮은 수준일 때는 세율을 인상하면 정부의 주세수입이 증가하나 세율이 매우 높은 수준일 때는 세율을 인상하면 정부의 조세수입은 오히려 감소합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래퍼의 주장을 받아들여 각종 세율을 인하하였으나 단기적으로는 재정수입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공급경제학자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여 자유기업원리에 따라 생산이 극대화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사회보장제도는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므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증적으로 래퍼곡선이 검증되지 못하였고 공급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각종 세율을 인하할 경우 조세의 소득재분배효과가 감소하므로 소득분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새고전학파
새고전학파는 합리적 기대를 경제학에 성공적으로 접목하면서 현대에 와서 고전학파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현대의 고전학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고전학파이론은 많은 부분에서 통화주의학파와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적극적인 경제안정화정책에 대해서는 통화주의학파보다 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기대에 바탕을 둔 새고전학파이론은 고전학파이론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새고전학파가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것은 시장청산, 가격신축성, 합리적 기대입니다. 시장청산은 시장에서 항상 이루어지므로 시장에서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가격신축성이라 함은 경제여건의 변화가 발생하면 물가, 임금, 이자율 등 가격변수가 신속하게 조정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합리적 기대는 경제주체들이 경제변수에 대한 기대를 형성함에 있어 이용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물가수준이 상승할 때 각 생산자가 이를 정확히 인식한다면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므로 단기에도 총공급곡선이 수직선이 됩니다. 그러나 각 생산자가 이를 자신이 생산하는 재화의 가격만 상승한 것으로 착각하면 유리한 시점에서 생산을 늘리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킬 것입니다. 생산자들이 일반물가상승을 자신이 생산하는 재화의 상대가격 상승으로 착각하여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총공급곡선이 우상향이 됩니다. 즉, 물가예상이 정확하면 단기총공급곡선이 수직선이고, 물가예상이 부정확한 경우에는 우상향인데 이러한 합리적 기대와 총공급곡선과의 관계를 루카스공급곡선이라고 합니다.
이상으로 주요 경제학파 및 그 분석모형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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